흙을 만지면 마음이 열린다 —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배우는 원예테라피

서론

현대사회에서 학교 원예테라피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청소년들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식물을 가꾸고 교감하는 활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지능을 높이며(Jeong, 2009), 또래 간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킨다. 나아가 생명을 돌보는 경험은 자연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져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것이 바로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원예테라피가 필요한 이유다.


요즘 중·고등학생의 특징

한국의 학제에서 중·고등학생은 14세부터 19세까지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질풍과 노도’라 불릴 만큼 정서와 감정의 격변기로, 기쁨과 슬픔, 애정과 질투, 희열과 분노가 뒤섞인다. 이러한 감정들은 어떤 인공지능도 완전히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정서다.

중학교 시기에는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이어서 교사나 부모, 급우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쉽게 분노하거나 슬픔에 빠진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진로에 대한 불안과 갈등이 깊어지는데, 부모의 과도한 통제와 간섭,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이 맞물려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요즘 청소년들은 이 민감한 시기에 자칫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연과의 교감, 즉 원예테라피의 역할이 시작된다.


원예테라피란 어떤 것인가

원예테라피는 사람과 식물이 자연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생명체끼리 공존하는 경험을 통해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는 활동이다.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 정서의 근원적 토대를 가꾸는 과정이다. 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교육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식물을 통해 자연에서 배우는 과정은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감성지능을 키우는 장이 된다.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능력,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 그리고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역량들은 교우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호르몬 변화로 인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다 건강하게 이겨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나아가 원예테라피는 식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회적 조망수용능력(social perspective taking ability)을 키우고, 탐구하는 사람·소통하는 사람·배려하는 사람·성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이는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이 추구하는 학습자상과도 맞닿아 있으며,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개척하는 데 나침반이 되어준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원예테라피 — 현장 수업 사례

원예테라피 교육과정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에서 원예테라피를 정규 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이를 치유농업으로 심화·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이 칼럼에서 내가 직접 교육한 중학교 1학년 수업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씨앗의 싹 틔우기와 떡잎의 역할

수업 주제: 씨앗의 싹틔우기와 떡잎의 역할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 두 가지 가설을 세운다.

가설 1. 쌍떡잎식물의 씨앗은 온도가 적정 범위(20~25도)일 때, 낮은 온도(5도 이하)나 높은 온도(35도 이상)보다 발아율이 높고 싹트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가설 2. 식물의 떡잎이 어린 새싹에게 양분을 공급하며 성장을 돕듯이, 성장기 청소년에게도 보호자의 돌봄과 지지가 있을 때 정서적·신체적 성장이 더 건강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단순한 식물 실험을 넘어 자신의 삶을 식물에 빗대어 성찰하게 하는 장치다. 씨앗은 갓 태어난 아기, 떡잎은 부모와 선생님, 떡잎이 공급하는 양분은 사랑과 돌봄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강남콩 씨앗을 저온(냉장고 야채실)·상온(교실 실내)·고온(전기장판 위) 세 가지 조건에서 심고 7~10일 동안 매일 관찰일지에 기록한다. 특히 떡잎의 출현 시기와 색깔·크기·두께 변화를 핵심 포인트로 관찰한다.

실험이 끝난 후 학생들은 다음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며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나의 삶에서 식물의 떡잎처럼, 나를 위해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내어준 사람이 있었나요?”

“내가 자라는 동안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뒤로 물러서 준 사람이 있었나요?”

수업의 마지막,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여러분이 키운 것은 강남콩만이 아니에요. 생명이 혼자 자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여러분을 키워준 사람들이 말없이, 조용히,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의 미래를 품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기를 바랍니다. 그 떡잎이 여러분의 어머니, 아버지, 또는 선생님이었을 거예요.”

씨앗 하나를 심는 일주일이, 한 아이의 마음속에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 된다.


결론 —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원예테라피는 그동안 치매, 재활, 장애인, 재소자,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치료 도구로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대상을 넓혀야 할 때다. 정규학교 학생들에게도 신체적·정신적 치유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 도구로서 원예테라피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에서 원예테라피를 정규 교과목으로 운영하며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은 고등학교에서 치유농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식물을 키우고 땅을 일구는 경험이 단순한 농업 기술을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자연과의 교감 없이 개인주의와 경쟁주의가 만들어낸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학교폭력, 마약, 청소년 자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자연을 잃어버린 시대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지식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학교는 정규 교과목으로 원예테라피와 치유농업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흙을 만지고 생명을 키우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씨앗 하나를 심는 작은 행위가, 한 아이의 마음속에 평생의 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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