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하루만 피는 꽃이 어떻게 ‘무궁(無窮)’이 되었나 — 해부와 현미경으로 본 100일의 비밀

오늘 아침에 핀 꽃은, 오늘 저녁에 떨어집니다

7월입니다. 담장마다, 학교 화단마다 무궁화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꽃을 하루 종일 지켜본 적 있으신가요. 새벽에 피어난 꽃송이가, 낮이 기울면 꽃잎 다섯 장을 한꺼번에 도르르 말아 쥐고, 저녁이면 통째로 떨어집니다. 딱 하루입니다.

이름은 ‘다함이 없는 꽃(無窮花)’인데, 정작 꽃 한 송이의 수명은 하루뿐이라는 것. 이 모순이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많은 분이 모르시는 사실인데, 무궁화는 법으로 정해진 국화가 아닙니다. 국화 지정 법안은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만 여덟 건이 제출됐다가 전부 폐기됐습니다. 지금 무궁화의 지위는 ‘관습상의 국화’입니다. 다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청장이 5년마다 무궁화진흥계획을 세우도록 한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법이 정해주지 않았는데도 100년을 나라꽃으로 남았고, 꽃 한 송이는 하루면 지는데 이름은 ‘무궁’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찾아, 꽃을 직접 갈라보았습니다.

흰 꽃과 자주색 꽃, 잎과 꽃봉오리가 함께 놓인 무궁화 표본

백단심계 흰 꽃과 자주색 꽃. 잎의 세 갈래 결각과 꽃봉오리까지 한자리에. Dr. KOSUNA

이름 셋이 모두 오해입니다

학명: Hibiscus syriacus L. 아욱과(Malvaceae) 무궁화속(Hibiscus)의 낙엽 활엽 관목. 무궁화속의 모식종(模式種)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오해. 종소명 syriacus는 ‘시리아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무궁화의 원산지는 시리아가 아닙니다. 학계에서는 인도와 중국 서남부를 유력하게 봅니다. 린네가 이름을 붙일 당시 중동 지역 정원에서 재배되던 표본을 보고 명명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즉, 학명 자체가 200년 넘게 굳어진 지리적 오해인 셈이죠.

두 번째 오해. 영어 이름은 Rose of Sharon입니다. 장미(rose)가 아닙니다. 장미과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아욱과예요. 목화, 오크라, 접시꽃이 훨씬 가까운 친척입니다.

세 번째. ‘무궁화(無窮花)’라는 이름은 한자문화권 공통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목근(木槿), 일본에서는 무쿠게(ムクゲ)라 부릅니다. ‘다함이 없는 꽃’이라는 이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만 씁니다.


꽃 한 송이를 세로로 갈랐습니다

무궁화의 구조는 겉에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다 산, 꽃잎이 말리기 시작한 자주색 꽃 한 송이를 세로로 갈라 보았습니다.

자주색 무궁화 꽃을 세로로 가른 종단면. 흰 수술 기둥과 그 위에 붙은 꽃밥들이 보인다.

하루를 다 산 자주색 꽃의 종단면. 중앙을 관통하는 흰 기둥 하나에 꽃밥이 전부 붙어 있습니다. ⓒ Dr. KOSUNA

한 장의 사진에 무궁화 꽃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수술이 따로따로 있지 않습니다.

보통의 꽃은 수술이 여러 개 독립적으로 서 있습니다. 무궁화는 다릅니다. 수술대가 전부 하나로 융합해 원통형 기둥을 이룹니다. 이것을 단체웅예(單體雄蕊, monadelphous stamen)라고 하며, 아욱과의 결정적 특징입니다. 목화도, 접시꽃도, 히비스커스 차로 마시는 로젤도 전부 이 구조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 이 기둥의 한가운데를 암술대가 관통해 지나갑니다. 수술이 만든 원통 속을 암술이 통과해, 기둥 맨 끝에서 암술머리 다섯 개가 삐죽 솟아오릅니다.

수술이 암술을 감싸 안은 채, 같은 축 위에 함께 서 있는 구조. 꽃을 가르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배치입니다.

무궁화 꽃 중심부. 붉은 단심과 노란 수술 기둥

위에서 본 같은 구조. 붉은 중심(단심)에서 솟아오른 수술 기둥. Dr. KOSUNA

꽃가루가 성게를 닮은 이유

기둥 표면에 다닥다닥 붙은 노란 것들이 꽃밥(약, anther)입니다. 여기서도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속씨식물은 꽃밥 하나에 꽃가루 방(약실)이 네 개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욱과의 꽃밥은 약실이 하나뿐입니다. 꽃밥이 콩팥처럼 한쪽으로 휘어 보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무궁화 꽃밥 클로즈업. 콩팥 모양 꽃밥 위에 둥근 꽃가루가 붙어 있다

콩팥 모양으로 휜 꽃밥. 표면에 붙은 둥근 구슬 하나하나가 꽃가루입니다. Dr. KOSUNA

그 위에 얹힌 구슬들을 더 당겨봅니다.

무궁화 꽃가루 확대. 표면에 가시가 촘촘히 돋은 구형 꽃가루

표면 전체에 가시가 돋은 구형 꽃가루. 이것이 아욱과 꽃가루입니다. Dr. KOSUNA

가시가 빽빽하게 돋아 있습니다. 성게, 또는 도깨비방망이처럼요.

이런 표면 구조를 극상(棘狀, echinate)이라고 부릅니다. 아욱과 꽃가루의 전형적 특징이며, 게다가 무궁화 꽃가루는 식물계에서도 손꼽히게 큽니다. 벼나 소나무 꽃가루의 몇 배 크기죠.

왜 크고, 왜 가시일까요.

무궁화는 바람이 아니라 곤충에게 배달을 맡긴 꽃입니다. 바람에 실려 가야 하는 꽃가루라면 작고 매끈해야 유리합니다. 하지만 벌의 몸에 달라붙어야 하는 꽃가루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시는 곤충의 털에 걸리기 위한 갈고리입니다.

꽃가루의 형태만 봐도 그 꽃이 누구에게 미래를 맡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받는 쪽에도 갈고리가 있었습니다

던지는 쪽이 갈고리라면, 받는 쪽은 어떨까요.

기둥 맨 끝의 암술머리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무궁화 암술머리 확대. 유두돌기 위로 가는 털이 무수히 돋아 있고 그 사이에 꽃가루가 붙어 있다

암술머리 표면. 유두돌기에서 뻗어 나온 무수한 가는 털 사이에 꽃가루가 붙잡혀 있습니다. Dr. KOSUNA

암술머리 표면은 매끈하지 않았습니다. 유두돌기(papilla)가 촘촘히 솟아 있고, 그 위로 아주 가는 털이 무수히 뻗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털 사이사이에 가시 돋친 꽃가루들이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가시로 던지고, 털로 받습니다. 양쪽이 같은 논리로 맞물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딱 하루 안에 끝나야 합니다.


꽃이 진 자리를 갈라보았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하루 만에 정말 끝날까요? 하루 만에 지는 꽃이, 수정까지 해낼 수 있을까요?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꽃이 떨어진 자리를 잘라보는 것.

무궁화의 발달 단계별 표본. 초록 봉오리, 갈라놓은 씨방, 마른 부꽃받침, 그리고 오므라든 꽃부리가 아직 붙어 있는 개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시간이 흐릅니다. 초록 봉오리 → 갈라놓은 내부 → 마른 상태 → 그리고 오른쪽 끝, 오늘 막 진 꽃부리. Dr. KOSUNA

먼저 겉모습부터 봅니다. 사진 오른쪽 끝, 비틀린 채 매달려 있는 저것이 오늘 아침에 피었다가 방금 진 꽃부리입니다. 아직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녁이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툭 떨어질 겁니다.

꽃잎이 낱장으로 흩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산을 접듯 다섯 장이 한꺼번에 돌돌 말리고, 그 상태 그대로 통째로 떨어져 나갑니다. 무궁화가 지저분하게 시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사진은 그 마지막 몇 시간을 붙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꽃 아래를 감싸고 있던 가느다란 조각들. 부꽃받침(副꽃받침, epicalyx)입니다.

무궁화 꽃봉오리 두 개와 그 둘레의 가느다란 선형 부꽃받침

진짜 꽃받침 바깥으로 가느다란 조각 여러 개가 한 겹 더 둘러 있습니다 — 부꽃받침. Dr. KOSUNA

무궁화는 꽃받침이 두 겹입니다. 진짜 꽃받침(5장) 바깥에 가늘고 긴 조각 6~8개가 한 겹 더 붙어 있습니다. 아욱과가 공유하는 특징이지만, 무궁화의 부꽃받침은 특히 가늘고 길어서 한번 눈에 익으면 겨울철 마른 가지에서도 무궁화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봉오리 표면에 뿌려진 흰 알갱이들은 물방울이 아니라 입니다. 확대하면 하나하나가 별처럼 갈라진 성상모(星狀毛, stellate trichome) — 아욱과의 대표적 미세 형질입니다.

그리고, 갈라본 안쪽

꽃이 진 뒤 남은 무궁화 씨방을 세로로 가른 단면

꽃이 떨어진 자리를 세로로 갈랐습니다. Dr. KOSUNA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무궁화 씨방 내부 확대. 태좌를 따라 배주가 줄지어 배열되어 있다

씨방 내부. 태좌를 따라 배주(밑씨)가 가지런히 줄지어 있습니다. Dr. KOSUNA

배주(밑씨)가 줄지어 차 있습니다. 태좌를 따라 손가락처럼 가지런히 정렬한 저 하나하나가, 앞으로 씨앗이 될 것들입니다.

무궁화 씨방 내부의 배주 확대 사진

배주 하나하나가 씨앗이 될 자리입니다. Dr. KOSUNA

증명된 겁니다. 꽃은 하루 만에 사라졌지만, 그 하루 안에 할 일은 다 끝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무궁’인가

여기까지 오면 답이 보입니다.

무궁화의 꽃 한 송이는 새벽에 피어 저녁에 집니다. 그 하루 안에 가시 돋친 꽃가루를 곤충에게 실어 보내고, 털 돋친 암술머리로 받아내고, 씨방 안에 배주를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말려 떨어집니다.

하지만 나무는 다음 날 새 꽃을 엽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7월부터 10월까지, 약 100일 동안 매일.

‘무궁’은 한 송이의 끈질김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짜리 꽃 100번의 릴레이였던 겁니다. 한 송이가 오래 버텨서가 아니라, 매일 새것으로 갈아 끼워서 끝이 없어 보이는 것.

한 송이를 오래 유지하는 데 자원을 쓰는 대신, 하루를 짧고 완결되게 쓰고 그 사이클을 100번 반복하는 쪽으로 자원이 배분된 구조입니다. (물론 식물에게는 의도도 결심도 없습니다. 이런 표현은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입니다.)

떨어진 꽃 아래에는, 하루보다 훨씬 긴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것들

단심(丹心) 꽃 중심의 붉은 무늬를 ‘단심’이라 부르며,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에 의한 것입니다. 곤충에게 꿀의 위치를 알려주는 꿀 안내 표지(nectar guide)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원예 품종은 이 단심의 유무와 형태에 따라 배달계(단심 없음), 단심계(단심 있음), 아사달계(꽃잎에 무늬 추가) 등으로 나눕니다.

진딧물이 많다는 오해 “무궁화는 진딧물 때문에 지저분하다”는 말이 국화 부적합론의 단골 근거로 쓰여 왔습니다. 실제로 진딧물이 잘 붙는 편이지만, 이는 관리와 품종 선택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이며 무궁화만의 결함은 아닙니다.

민간에서의 이용 무궁화의 뿌리껍질(목근피)과 꽃은 전통적으로 민간에서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속 기록이며, 효능이 현대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도 치료 목적의 자가 복용이나 외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관찰 노트

무궁화를 다시 보게 되는 세 가지 관찰을 남겨둡니다.

  1. 아침과 저녁, 같은 꽃송이를 두 번 찍어보세요. 하루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사진이 말해줍니다.
  2. 봉오리 아래를 보세요. 꽃받침 바깥에 가느다란 조각이 한 겹 더 있습니다. 그게 부꽃받침입니다.
  3. 꽃이 떨어진 자리를 세로로 갈라보세요. 텅 비어 있지 않습니다. 하루 만에 채워진 것들이 그 안에 있습니다.

법이 정해주지 않아도 100년을 나라꽃으로 남은 꽃. 그 이유가 ‘오래 버텨서’가 아니라 ‘매일, 하루를 완결해서’였다는 것 — 저는 이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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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해부한 원본이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Dr. KOSUNA, 네모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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